공지사항

제목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단편경쟁 예심 총평
작성자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작성일자 2019-08-13



올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단편경쟁 섹션을 신설했습니다. 약 한 달간의 공모 기간을 거쳐 동물, 생태, 공존을 주제로 삼으면서 30분 이하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된 국내 작품 75편이 출품되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 출품 편수는 적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동물영화에 대한 정의와 분류는 차치하고 그것이 내세우는 가치를 지향하는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올해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단편경쟁에 출품된 모든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고 귀한 존재일 것입니다.

세 명의 예심위원은 출품된 작품을 함께 보고 최종적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될 작품을 추려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 고유의 형식과 언어를 정제된 상태로 표현한 작품, 그리고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이야기를 최대한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다양한 층위의 말을 건네는 작품에 우선순위를 매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심위원들은 출품작들 사이에서 몇 가지 경향이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현재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대체로 반려종, 특히 반려견과 반려묘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인간에게 가장 살가운 존재임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현재 국내 동물영화의 스펙트럼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특정 동물종을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그것의 역사를 현재적인 측면에서 밀도 있게 다룬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은 예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동물영화의 제작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애니메이션은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장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은 인간과 자연의 대립, 인간과 동물의 공존, 인간의 동물화, 동물의 의인화 등을 자유분방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서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단순 소재로서만 동물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은 장르를 막론하고 많은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한계점이었습니다. 예심위원들은 현재 국내 단편영화에서 동물의 재현 방식이 일정 정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다큐멘터리 2, 극영화 4, 애니메이션 4편으로, 10편입니다. 이 작품 중 상당수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애착 관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선옥의 <아내의 고양이>1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인간과 고양이가 더불어 사는 방식을 차분한 톤으로 묘사하고 있고, 최종룡의 <여정>은 연인과의 이별을 반려견의 실종에 반영하는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최민호의 <늙은 개>는 노쇠한 개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주인공의 심리를 재개발의 살풍경과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승희의 <안개 너머 하얀 개>와 김보솔의 <>, 김지원의 <사랑의 인사>는 반려동물에게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거나 혹은 반려 동물에게 정서적으로 이입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공허나 상실과 같은 감정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실험적인 방식이나 상징적인 언어로 동물, 자연, 생태, 공존의 주제를 승화시킨 작품들도 있습니다. 박군제의 <거대 생명체들의 도시>는 이질적인 사운드와 이미지를 몽타주하면서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고 있으며, 정윤석의 <동물원>은 동물의 권리를 억압하는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해부합니다. 석진혁의 <춘분>은 인간의 욕망이 사회와 생태계의 비극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김진만의 <춤추는 개구리>는 모든 생명체들의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넘어서 유기체의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를 탐색합니다.

예심위원들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심사과정에서만큼은 항상 진지하고 신중한 자세로 임했습니다. 올해 단편경쟁에 오른 작품들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그리고 아쉽게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출품된 모든 작품들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단편경쟁 예심위원

김진숙, 이도훈, 최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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